정조는 수원 천변에 줄지어 있던 “버드나무 잎 모양으로 성곽을 쌓으라.”고 명했다. 화성 전체 모양을 하늘에서 보면 버드나무 잎과 같다. 5.74km에 늘어선 성곽의 모양은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지듯 유연하고 여유 있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유장한 음악과 같은 아름다움이다. 마치 성곽이 선율을 타고 능선에 흐르는 듯하다. 정조는 음악을 하는 신하를 널리 구하였다. 예악(禮樂) 정치를 펼쳐 이상적 사회를 구현하고자 했다. 정약용은 <악서고존>이라는 음악책을 펴냈다. 정약용은 화성 건설의 설계와 건축에 참여했다. 유교 국가에서 ‘음악은 정치의 반영’이라고 했다. 음악을 아는 정조와 정약용이 합심하여 지은 화성에 음악미가 잠겨 있을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라 여겨지는 이유다. 정조는 ‘성음(聲音)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이라고 파악했다.
도움이미지 : 궁중음악
화성 둘레길을 걷다 보면 성곽과 건축물들은 마치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듯하다. 높고 낮고 굵고 가늘게, 미려하고 장엄하게 음악을 동서양의 악기들이 어우러지면서 연주하고 있는 듯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성의 아름다움은 웅장함이 깃들어 있다. 이는 적으로 하여금 기가 꺾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화성은 다른 성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함도 지니고 있다. 웅장함과 화려함을 갖춘 성은 화성이 유일하다. 화성은 적과의 접전을 염두에 두고 쌓은 성임에 틀림이 없다. 적과 싸우는 데에도 미적 감각을 중시하는 정조의 생각은 아주 세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움이미지 : 화성성곽
싸움은 잠깐이고 또 없을 수도 있다. 전시보다 평화로울 때가 훨씬 많을 것이므로 실용을 중시한 현명한 처사다. 아름다움과 화려함은 실용적인 면도 함께 갖추고 있다는 것이 화성만의 독특한 면이다. 아름다움이 적에게 미치는 영향은 기(氣)를 빼앗는 것이다. 싸우려고 하는 기세가 아름다움 앞에서 자연스럽게 누그러지게 만든다. 아름다움으로 적을 이긴다는 정조의 의견은 18세기 당시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현대적이고 세련되었다. 그렇다. 화성이 웅장하고 화려하지 않으면 위험을 보일 수 없다. 겉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적을 방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화성을 통해 정조는 음악전문가요 군사를 지휘하여 전쟁하는 병법(兵法)에도 전문가였음을 읽을 수 있다.
■ 주요경력
현)
(재)정조인문예술재단 이사
전)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수원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신용보증기금 감사 등 다수
■ 주요저서
「정조능행의 무형유산적 지평」(공저)
「틈이 날 살렸다」
「수원화성의 숨결, 시와 그림으로 빚다 」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