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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자칼럼 2022] 지역의 문학과 축제화

작성자
정조인문예술재단
작성일
2022-08-24
조회수
410





문학의 축제화. 독서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데 가능할까? 책에서 영상으로 다시 동영상으로 옮겨간 독자들과 즐길 수 있을지. 무슨 기관들의 행사치레 도서전 같은 것 말고 문학을 축제로 펼치는 한마당의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예전에는 문학이 축제의 주연이었다. 원시종합예술에서 시가(詩歌)의 역할이 컸던 것이다. 고대 제천의식은 노래와 춤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형태였다. 이후 예술의 분화에 따라 시가도 악보를 분리한 활자로 기록되며 읽는 문학으로 자리 잡았고, 다시 장르의 세분화로 각각의 양식이나 표현 영역을 넓혀왔다. 그렇게 문학은 책으로 독자 대중을 만나는 원시종합예술 속이 노래나 춤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문학의 축제화는 현대화 속에서 더 멀어진 장르 간의 거리를 좁히며 융합해볼 기회도 된다.

 

문학이 대중과 함께하고자 할 때는 공연 같은 기획을 요한다. 전통적인 시낭송회가 아직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낭송회는 소수정예 독자로 이루어지는 소극장 공연 같다. 그마나 낭송회를 음악과 함께하며 행사규모를 키우는 경우도 늘었지만, 대규모 대중과 함께 즐기는 공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학의 특성상 음악공연 같은 티켓파워가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시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과 즐기는 낭독회를 꾸준히 잇고 있는 게 다행일 정도다. 본래 문학의 길이 그렇듯, 소수의 찐 독자들과 문학을 더 깊이 나누는 것이다.

 

그런 한편에 낭독회와 규모가 다른 문학의 축제화를 앞서 꾀한 지역들이 있다. 90년대 지자체 실시 후 해당 지역 출신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 제정과 함께 그 시상식을 축제로 키운 것이다. 그 중에 익산의 가람문학상, 청도의 이호우이영도문학상, 창원의 김달진문학상, 춘천의 김유정문학상, 평창의 이효석문학상 등이 주민 참여형 지역 축제화의 좋은 사례다. 인근 화성시도 노작 홍사용 기리는 노작문학상시상식을 문학축제 한마당으로 열고 있다. 지역 주민은 물론 인근 시민의 참여로 축제화를 통한 문화적 향유를 넓히는 것이다. 문학관(노작홍사용문학관)의 보유에서 나오는 힘으로 문학잡지까지 내면서 문학제 의미도 날로 더하고 있다.

 

문학의 축제화는 여러 시너지를 견인한다. 우선 지역의 문화적 인지도나 주민의 문화지수를 높일 수 있다. 문학축제는 주민의 문화적 향유는 물론 관광 기회를 높이는 계기도 된다. 그리고 문학에 대한 매력과 함께 독서 인구를 늘릴 수도 있다. 축제에서 만난 시인이나 소설가는 관련 책을 더 읽고 싶게 마음을 당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면 더 읽게 되고, 좋아하면 더 즐기게 되는 심리를 견인하는 까닭이다. 또 독자에서 창작자의 길로 들어서는 길도 넓힐 수 있다. 작가를 직접 보면 쓰고 싶었던 욕구도 새롭게 촉발되므로 문학의 더 큰 태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수원도 그런 문학의 축제화를 꿈꿀 수 있다. 지금까지 해온 이런저런 행사 말고, 보다 큰 문학축제를 열 만한 좋은 바탕도 갖춰져 있다. 바로 문예군주 정조의 호학과 미학의 실현인 세계유산 화성을 보유한 까닭이다. 정조의 이름으로 상을 제정하고 그에 따른 축제를 크게 열어도 좋은 조건이다. 정조는 시 많이 쓴 시인이자 연구와 저술을 함께한 학자이기도 했으니 저술이나 학술상을 겸해도 좋겠다. 다만 잗다란 상을 넘어서는 큰판으로 만들되, 문학이나 학문이나 현재는 물론 전망까지 담아가는 축제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조, 큰 인물만큼 위상 갖춘 상으로 문학의 축제화를 꿈꾼다. 화성과 더불어 빛나는 축제가 가능할 것이다. 부디 정조인문예술재단의 취지에 걸맞은 문학과 학술의 한마당을 마련하길!




주요약력

(재)정조인문예술재단 이사. 1984년 세종숭모제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시조시인.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시집

『파도의 일과』, 『그을린 입술』, 『비의 후문』, 『탐하다』, 『허공 우물』, 『저녁의 뒷모습』, 『저물녘 길을 떠나다』 등.



연구서

『한국 현대시의 고전적 미의식 연구』 외에 공저 『한국 현대 시인론』, 『올해의 좋은 시조』 등.



수상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