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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2024] < 세계문화유산 華城 바로알기 40편 > 국내 유일한 원통형 동북공심돈

작성자
정조인문예술재단
작성일
2024-06-10
조회수
195

화성에서 독특한 외형을 가진 시설물 중 으뜸은 동북공심돈이다. 우리나라 성곽 중 유일한 형태다. 원통형으로 동북쪽 높은 터에 우뚝 서 있다. 공심돈은 높은 곳에 세워져 적을 두렵게 하는 적대 역할을 한다. 건물 속을 비워 대포를 두어 포루 기능을 담당하며 맨 위층에 집을 지어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병사가 머무는 등 다목적 전투 시설이다. 화성성역의궤에는 남공심돈, 서북공심돈, 동북공심돈 등 세 곳이지만 남공심돈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공심돈은 구조가 다른 건축물과 다르다. 벽돌로 쌓아 동그랗게 돈(), 즉 평지보다 좀 높게 쌓은 부분을 만들고 겹으로 둘렀다. 동그란 형태이며 내원과 외원의 두 겹 구조다. 서북공심돈은 속이 빈 사각형이고 벽체가 두껍다. 실내에 병사들이 머물 공간이 협소하다. 또한 벽과 벽이 만나는 코너에 구멍을 낼 수 없어 밖의 적을 감시하기가 어렵다. 감시 사각지대가 너무 넓다.

둥근 지반 위에 세워진 동북공심돈은 다른 공심돈과 달리 장점이 많다. 원통형이라 어느 부분에서도 적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는다. 360도 전 방향을 자유롭게 관찰할 수 있다. 두 겹 구조라 한 겹보다 유리하다. 한 겹은 내부에 지지체가 없어 벽체가 두껍게 돼 곡선 구조에 불리하다. 두 겹인 동북공심돈은 내원이 지지체 역할을 해, 높이 조절과 곡선 구조에 유리하다. 곡선으로 이뤄진 원형 평면에 포를 쏠 수 있게 성벽을 뚫거나 포혈(砲穴) 숫자를 자유롭게 세울 수 있다. 두 개의 원 사이로 신속한 병사 이동이 가능했다. 사각형 평면인 다른 공심돈에서는 구조상 경사가 급한 나무 사닥다리를 이용해 늘 위험하고 이동이 신속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동북공심돈은 자연 둥근 지반 위에 크고 치성이 필요 없는 획기적인 원통형으로 만들었다. 다른 공심돈은 성으로 접근하는 적의 측면을 공격하는 치()의 목적으로 세웠다. 하지만 동북공심돈은 치의 역할로 세운 것이 아니다. 270도 넓은 전면을 방어 또는 공격할 목적으로 세웠다. 아군의 위치, 맞은쪽 산 위아래와 좌우에 포진한 적군을 상대해 방어와 공격하기가 쉽게 원통형 공심돈으로 만들었다. 적군에 가장 알맞은 맞춤형 공심돈이다. 수원화성 원통형 동북공심돈은 원형 공심돈의 원조다. 지형에 최적화된 창조작품이다. 동북공심돈을 오르면서 다시 한번 18세기 정조의 혁신과 독창성을 읽을 수 있다.  


글쓴이 : 김훈동

■ 주요경력

현) (재)정조인문예술재단 이사

전)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수원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신용보증기금 감사 등 다수


■ 주요저서

「정조능행의 무형유산적 지평」(공저)
「틈이 날 살렸다」

「수원화성의 숨결, 시와 그림으로 빚다 」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