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재단법인 정조인문예술재단

통합검색

문화사랑방

칼럼 · 에세이

[정수자 칼럼 2024] 함께 문화적 진경을 향해

작성자
정조인문예술재단
작성일
2024-07-24
조회수
275



진경시대, 정조시대를 이르던 최고의 표현이다. 정선의 그림이 조선 실경의 진수라고 여긴 진경이 당대의 문화적 특성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 된 것. ‘진경시대라는 규정 후, 그 표현이 부적합하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한편에서는 문화적 자긍심이나 자생적 미학으로 진경의 위상을 다시 매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관념산수 풍에서 벗어나 조선의 실경을 그린 당시 그림들에 담긴 문화적 자부심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경시대를 꽃피운 <정조시대의 문화예술> 특강은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자긍을 되짚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번 특강은 9(토크콘서트 포함)으로 정조시대 문화예술의 진면목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정조인문예술재단과 화성연구회 공동주최로 열였는데, 각 분야 전문가들과 수강인들이 귀한 저녁시간을 기꺼이 내서 수원화성박물관으로 모인 덕이었다. 문학, 음악, 미술, 서예, 공연, 출판, 건축 등 분야별로 2시간씩 진행한 강좌는 여러 면에서 꽉 찬 강좌였다. 그동안 더 발굴됐거나 새로운 해석이 열린 자료들로 강의를 준비한 강사진도 진경시대의 특강답게 강연장 분위기를 돋웠다. 교과서나 이후의 독서 혹은 다른 강연에서 읽고 듣고 웬만큼 안다고 여긴 것들도 새롭게 만나면서 강연장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정조시대 진경은 문화예술적 역량이 뛰어났던 정조의 힘이 크다. 문무(文武)를 두루 갖춘 임금임은 잘 알려졌지만, 당대의 문화예술적 진화를 선도할 만큼 전문 예술인 이상의 실력도 갖춘 왕이었던 까닭이다. 수시 경연으로 신하들의 공부를 자극하고 긴장시킨 호학군주 정조는 많은 시 쓰기로 문치(文治)는 물론 주고받는 시를 통해 더 깊은 국정운영 철학이며 예술을 펼쳐 나갔다. 그런 왕이 밀고 끌고 독려하니 문화예술이 더 높이 도약하고 다패로운 진경을 여는 개화로 실현된 것이리라. 이런 바탕에는 정조 이전의 숙종과 영조 대에서 다지고 열어온 진화가 있었다지만, 정조가 그 문화예술을 계승하고 융성시키지 않았다면 절정도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유산을 물려받았어도 계승이나 진화를 못 하면 미래를 망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정조시대 문화예술 특강을 통해 우리 또한 문화적 계승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길을 찾아봤다. 9강의 토크콘서트에서 오늘날 이곳의 현실에 맞는 창신과 실현을 더 찾고 나눠본 것처럼, 수원에서 최고 강사들로 마련한 특강도 그런 힘을 같이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일이니 말이다. 사실 그간의 학술회의며 강연 수준을 함께해온 강사들은 수원 같은 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수도 서울에서도 쉬 만날 수 없는 수준 높은 강좌를 지속적으로 여는 것은 물론 시민의 참여율이 높고 태도 또한 진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박물관과 관련 연구자 그리고 화성연구회 같은 단체의 회원들이 머리 맞대고 마음 열고 함께하는 것으로 모아가는 수원의 문화적 힘이다.

 

따라서 강좌는 아는 것의 즐거움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그런 문화적 진수를 어떻게 계승하고 새롭게 세워나갈 것인지, 현실에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조인문예술재단의 지원으로 연 이번 특강도 그런 회원들의 열성적인 참여로 강좌의 의미와 취지를 더 살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네 삶과 함께 사는 이곳의 살아있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이려면, 수원화성의 향유와 활용에서도 더 다양한 실현의 길을 찾아야 하니 말이다. 그렇듯 문화예술의 진정한 계승은 우리가 찾아서 잇고 나누고 즐기고 만들어가는 데서 더 빛난다.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가치를 오늘 여기에 더 가꾸고 누리자는 문화사랑. 어쩌면 이런 활동도 수원의 문화적 진경을 만들어가는 일이겠다. 이를 잘 아는 화성연구회 회원 같은 시민들이 열어가는 수원의 살아있는 문화연대인 활동이다. 더욱이 아름다움을 높이 둔 정조의 미의식에 따라 탁월해진 꽃성과 더불어 지금 여기서 더불어 즐길 만한 사랑의 방식이 아닐까.   



글쓴이

주요약력

(재)정조인문예술재단 이사. 1984년 세종숭모제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시조시인.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시집
『파도의 일과』, 『그을린 입술』, 『비의 후문』, 『탐하다』, 『허공 우물』, 『저녁의 뒷모습』, 『저물녘 길을 떠나다』,『인칭이점점 두려워질 무렵』 등.

연구서
『한국 현대시의 고전적 미의식 연구』 외에 공저 『한국 현대 시인론』, 『올해의 좋은 시조』 등.

수상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