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긴장하며 살 필요는 없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주변 풍경과 사람들을 둘러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말아야 한다. 소중한 인생이다. 바쁘다는 함정은 자신이 만든 굴레다.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항상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을 돌아볼 만한 여유가 없는 듯하다. 살아가면서 최악의 상황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가? 목적은 달성하든 달성하지 못하든 삶을 위대하게 만든다. 여유를 가지면 우리의 정신은 한계를 초월하여 잠들어 있던 능력과 재능이 살아나게 한다.
도심에 밀려났지만 종갓집 고택(古宅)에 가면 쪽마루가 있다. 건물 외벽에 조그마하게 덧달아낸 마루다. 툇마루보다 폭이 좁고 작아 볼품은 없다. 하지만 여유와 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잠시 쉼을 제공한다. 우리네 부모들이 한여름 논밭에서 힘든 일 하다가 잠시 앉아 물 두어 모금을 마시려 잠시 쉬는 공간이다. 외출했던 가족들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 잠시 걸터앉아 옷도 털고 신발도 정리하는 생활의 완충 공간이다. 우리 모두 바쁜 일정 가운데 각자의 마음에 고택의 쪽마루 같은 잠시 여유의 공간을 가져야 한다.
가을이면 기러기 떼가 여유 있게 브이(V)자 대형으로 무리 지어 남쪽으로 이동한다.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선두만 바뀔 뿐 대형은 그대로 유지한다. 선두를 이끄는 리더는 앞에서 길을 트며 무리를 이끈다. 상대적으로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양옆에 진공 지역이 형성된다. 그 진공 지역에 자리 잡은 동료 기러기는 적은 저항을 받으며 비행한다. 최소한의 힘으로 먼 거리를 날아가는 이유다. 이웃과 담을 쌓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사람도 서로 힘을 합친다면 기러기 떼처럼 방향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서로 손잡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며 살아가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에 휘둘러 방향을 잃은 사람은 행복의 길에 도달하지 못한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슴을 활짝 펴면서 주변을 걸어보자. 깊은 숲속 맑은 물처럼 삶이 한결 여유 있게 흘러갈 것이다.
「수원화성의 숨결, 시와 그림으로 빚다 」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