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5.74km에는 19개 유형의 다양한 건축물이 60개가 세워져 있다. 화성 성역의 기록물인 ‘화성성역의궤’에 시일, 좌목, 도설이 기록돼 있다. 시일은 공사 일정이고, 좌목은 공사 조직이다. 도설은 도면과 시방서다. 장안문을 시작으로 화성의 건축물을 모두 그림과 글로 설명하고 있어 도설이라고 한다. 성역의궤는 건설 기록이고 도설은 성역의궤의 백미다.
성역은 장안문, 팔달문, 북수문, 남수문을 같은 날, 같은 시에 착수했다. 건축물 중 가장 먼저 착수한 목적은 소통이었다. 남성과 북성을 동시에 착수하면 모든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백성과 물자와 물길이 소통하는 문과 수문을 먼저 착수한 것이다. 백성을 우선하는 정조의 애민사상과 실용주의를 읽을 수 있다.
화성은 원성과 곡성으로 이뤄져 있다. ‘굽을 곡’을 붙인 곡성은 꿩처럼 성 밖으로 돌출한 성, 즉 치(雉)를 말한다. 일반 성벽 외에 옹성이나 치성처럼 성벽에 부수적으로 덧붙여진 부분을 가리킨다. 그 부분들이 대게는 성벽에 붙어서 구부러진 형상을 이루기 때문에 곡성이란 설명을 붙였다. 문 4곳, 암문 5곳, 수문 2곳, 적대 4곳, 노대 1곳, 동북노대, 공심돈 2곳, 남공심돈, 서북공심돈, 봉돈 1곳, 대포가 있는 포루 5곳, 군졸이 있는 포루 5곳, 치 8곳 등이다. 유형은 곡성과 비슷하지만 노대에서 서노대가, 공심돈에서는 동북공심돈이 곡성에 속하지 않는 성안 건축물이다.
원성은 돌출된 인공지반 위가 아니고 성안 쪽 원래의 땅 위에 세워진 성을 일컫는다. 장대 2곳, 각루 4곳, 포사 3곳, 서노대, 동북공심돈, 성신사 등이다. 화성 건축물이 모두 곡성이 아니다. 60개 건축물 가운데 37개 건축물만 곡성이고 나머지 23개 건축물은 원성이다. 곡성은 원성에서 돌출된 인공지반 3면의 성, 그리고 원성과 원성 사이에 설치된 문, 암문, 수문 등을 말한다. 곡성 길이는 전체 성 길이의 15%를 차지한다.
이처럼 화성은 성축에 있어서 높은 언덕과 산지 부분에서 성벽을 쌓을 때는 탑 형식처럼 성의 외면을 깎아내리고 거기에 석축하였다. 평지와 산지 등 자연지세를 그대로 살려 축성한 화성은 곡성과 원성이 어우러져 실효성과 기능면에서 최고의 성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원화성의 숨결, 시와 그림으로 빚다 」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