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있는 현안은 적군을 감시하는 기능이다. 치나 옹성을 성밖에서 볼 때 위에서 아래로 길게 파인 홈을 말한다. 성벽 안쪽에서 성 바깥 아래 바로 밑까지 세로로 길게 내려 뚫은 구멍이다. 성 밖 적군이 바라볼 때 긴 홈의 맨 위쪽에 감시하는 눈이 있어 ‘성 위에 매달린 눈’이라는 뜻이다. 성벽 가까이 붙어있는 적군을 감시하는 장치다. 현안은 감시 사각지대를 관찰하기 위함이다. 측면은 설치하지 않고 전면에만 설치했다. 적군이 성벽 밑에 바짝 붙어 괭이를 가지고 구멍을 뚫어 성벽을 헐 수도 있다. 사다리를 이용해 성을 올라와도 아군은 내려다보지 못해 방어할 수 없는 점을 보완한 장치가 바로 현안이다. 최대 14m까지 감시할 수 있는 흠 잡을 데 없는 현안이다. 치성의 측면은 감시 체계가 이중으로 갖춰져 있다. 옆에 인접한 원성에 있는 타구와 총안을 통해 돌출된 측면에 가까이 붙은 적군을 감시하거나 공격할 수 있다. 치를 돌출시켜 이웃하고 있는 맞은 쪽 치가 감시와 공격을 한다. 적군은 치성이 마주 보고 있어 탄환이나 화살이 날아와 성벽 가까이 오지 못한다. 현안은 성벽 가까이 다가선 적군에게 뜨거운 물이나 기름을 부어 공격하도록 고안된 시설이다.
몸을 피해 공격과 감시를 하는 타구, 성벽에 가까이 다가온 적군을 쏘기 위하여 뚫어놓은 총구멍인 총안으로는 치성 전면을 감시할 수 없는 공간이 발생했다. 감시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으로 정조는 현안을 더 멀리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치성의 바닥을 보면 치의 돌출된 삼면 가운데 바깥쪽 바닥 한가운데 여장 가까이에 구멍이 있다. 이곳이 바닥에 아군이 엎드려 내려다보는 현안 구멍이다. 성 밖에서 바깥면을 보면 위에서 아래를 향해 일정한 폭으로 홈이 파여 있다. 현안 구멍과 이렇게 파인 현안을 통해 바깥쪽을 본다. 화성에 현안이 설치된 치성은 적대 네 곳, 군졸이 있는 포루 다섯 곳, 치 여덟 곳, 동북노대, 서북공심돈, 남공심돈, 봉돈 등 21개 시설물에 35개 현안이 있다. 그리고 옹성 네 곳에 34개 현안이 설치되어 있다. 5.74km에 걸쳐 있는 화성 시설물의 40%인 25개 시설물에 총 69개의 현안이 설치됐다. 보잘 것 없는 작은 구멍이 큰 역할을 하는 현안의 가치는 포루와 같다. 다시 한번 화성 축성에서 정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수원화성의 숨결, 시와 그림으로 빚다 」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