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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2025] < 세계문화유산 華城 바로알기 9편 > 급경사지 화성의 감시 사각지대 전략

작성자
정조인문예술재단
작성일
2025-09-02
조회수
172



세계문화유산 화성 50여 개 시설물 중 최고 사령관이 머물며 전투를 지휘하는 곳이 서장대다. 팔달산 정상에 최고 지휘부인 서장대와 이를 보좌하는 서노대가 있다. 100리 안쪽의 모든 동정을 앉은 자리에서 변화를 다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전략적 입지가 매우 좋다. 하지만 당시 팔달산 정상은 온통 암반으로 들쑥날쑥했다. 삼면은 심한 급경사지였다. 그래서 서장대를 둘러싼 성 바깥쪽이나 안쪽을 모두 돌로 쌓았다. 성 안쪽은 흙을 쌓아 붙이는 내탁이 아니라 안팎을 모두 돌로 쌓은 협축이다. 성벽 붕괴를 우려돼 흙 대신 돌로 쌓았다. 나름 정조의 탁월한 방어전략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성 밖 지형이 급경사라 여장의 총안으로는 가까운 곳이 보이지 않아 적을 감시할 수 없다. 여장의 원총안, 근총안으로는 성 아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먼 곳만 보인다. 급경사지여서 성 바로 아래와 중감 지점까지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감시 기능을 맡은 여장의 효용이 상실되어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여장의 감시 기능을 살린 묘책이 바로 서장대를 둘러싼 원성에 큰 구멍을 낸 것이다. 크고 넓적한 돌을 이용해 큰 구멍을 냈다. 원성에 설치한 현안이다. 현안은 매달려 있는 눈이란 뜻이다. 성벽 가까이 접근한 적군을 화살이나 탄환에 두려움 없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감시하는 장치다.


이렇듯 여장의 원총안과 근총안은 먼 거리에 대한 감시 기능을 맡고 원성에 설치한 위아래 구멍은 성 바로 아래부터 중간 거리까지 감시 기능을 하게 만들었다. 근거리와 중간거리에 대한 현안 역할이다. 아랫구멍이 윗구멍보다 크다. 구멍 형상도 가로가 길다. 이는 병사가 가로로 누워 공격을 피하며 적을 감시하기 편리하게 한 이유다. 정조의 깊은 지략을 읽을 수 있다.


세계문화 유산 화성 5.74km에는 원성 두 곳에 이와 같은 현안이 있다. 북암문 밖 좌우 원성에 현안이 있다. 또한 서북각루 원성에도 두 개의 현안이 있다. 급경사 지형 때문에 생긴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려 설계한 정조의 탁월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글쓴이 : 김훈동


■ 주요경력

현) (재)정조인문예술재단 이사

전)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수원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신용보증기금 감사 등 다수

■ 주요저서

「정조능행의 무형유산적 지평」(공저)
「틈이 날 살렸다」

「수원화성의 숨결, 시와 그림으로 빚다 」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