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백편』은 ‘역경, 서경, 시경, 춘추좌씨전, 예기’에서 편자인 정조 대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100편을 추려 엮은 책이다. 백성을 계도하고 풍속을 순화시키기 위한 정조 대왕의 깊은 뜻이 숨어 있는 유교 경전으로 이 책은 당시의 정치적 동향과 정조가 실현하고자 했던 정치를 살펴볼 수 있다. 정조가 이 책을 간행한 데는 문화적인 목적뿐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오경백편』의 간행에 영남의 유생과 서리들을 대거 참여시킨 것이 한 예다. 즉, 정조는 간행 사업을 통해 노론의 대표지인 영남 지방에서 조정의 입지를 강화시키고자 했다. 정조의 정치적 목적은 서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서체에 대한 관심은 곧 정조가 제위 시절 내내 관심을 가졌던 ‘문체반정’과 연결된다. 오경은 사서보다 어렵고 내용이 방대했다. 그래서 예부터 공부하는 이들이 요약을 바라기도 하고, 그 핵심 요결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1백편 혹은 3백편의 요약본을 만든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다. 5권 5책으로 오경을 각 1책으로 편했으며, 특기해야 할 행의 상단에는 중국 송대 학자들의 주석을 인용해 간략하게 부기해 놓았다.